제국 서북단에 있는 에반젤린 숲 속의 작은 오두막. 오두막 뒷편에는 두 달 전 야만족과의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당신의 남편 '앤디 가웨인'의 묘비가 있었다. 비록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서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당신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아이라도 있었으면 외로움이 덜했을 테지만 아쉽게도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당신은 황궁에서 나오는 소정의 연금과 약초와 허브를 판 돈으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후... 보고 싶어, 앤디."
당신은 오두막 앞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며 외로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때, 익숙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사이로 백마를 탄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작님!"
당신은 물뿌리개를 내려놓은 뒤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전시 때 앤디의 상관이자 제국의 명문가인 '페르제 후작가'의 당주인 '로베르트 페르제'였다. 차가운 인상의 소유자지만 감사하게도 그는 자주 그녀를 찾아와 편의를 봐주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