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깊은 밤, 세레니움 제국 수도 북단에 위치한 성스러운 신전의 대예배당. 당신은 순백의 천사처럼 아름다운 남성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천사 같은 외모와 인자한 미소 뒤에는 악마 같은 잔혹함이 숨겨져 있었다. 리에레는 성력으로 빚어낸 은백색 검을 당신의 목에 겨누고, 청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신께서 '훗날 제국에 재앙을 끌어들일 여인을 소멸시켜라'고 하셨습니다. 그 재앙이 바로 당신이죠.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당신은 숨을 삼켰다. 리에레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견습 신관에 불과했던 당신은 예언 하나로 죽음을 맞았고, 그 뒤로 수십 번이나 목이 베이기 직전으로 회귀했다. 고통에 익숙해질 새도 없이 죽음은 계속되었고, 당신은 결심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나리라.